“크게 웃기보다는 살짝 미소 짓는 정도가 좋겠습니다.”
기업 임원 프로필사진을 촬영할 때 자주 듣는 말이다.
공식적인 사진.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
직함에 어울리는 표정.
그 안에서 웃음의 크기는 미리 정해져 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면 다른 일이 생긴다.
내가 밝은 웃음을 이끌어내고 사진을 보여드리면,
예상보다 훨씬 좋아한다.
사진을 고를 때도
크게 웃는 얼굴을 많이 선택한다.
촬영 전에 요청했던 표정과
촬영 후에 선택하는 표정이 다르다.
이 차이를 여러 번 경험하면서 생각했다.
공식적인 사진에서는,
그렇게 웃어도 된다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임원은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회사의 공식 사진은 진지해야 한다.
이런 기대가 먼저 작동하면
그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얼굴도 좁아진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는 사람은
그 직함에 어울리는 표정을 검사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
홈페이지에서,
기사에서,
회사소개서에서
이 사람을 처음 만나는 누군가다.
그 사람에게 어떤 인상이 전해질 것인가.
표정은 그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환한 웃음도
한 사람의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
시선과 자세,
옷차림과 빛이 함께 만들어내는 인상 속에서
웃음은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그래서 나는
“살짝만 웃겠습니다”라는 요청을 들어도
크게 웃는 모습까지 함께 제안한다.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촬영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얼굴이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되기도 하니까.
임원이라는 직함이
웃음의 크기까지 정할 필요는 없다.